강의석씨의 군대폐지 주장에 대한 주류 국제정치학적 관점에서의 반박


 강의석이라는 인물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학생들을 2주에 한 번 정도 억지로 교회의 예배에 데려가서 귀찮게 만들었기 때문에, 학교의 종교편향에 항의하는 그의 행동에 어느정도 공감은 했었는데, 이번 사건을 보니 그러한 지지도 접어야 할 것 같다. 강의석이 국군의 날 퍼레이드에서 천박한 시위를 하며 내세운 주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와 군대 폐지다.

 개인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라(그들의 신념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군대 가기 싫다고 난리를 피우는 자들을 억지로 군대에 보내 봤자, 부대 내의 기강만 흩뜨리고 다른 병사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 대신 대체복무의 강도를 현재 논의되는 수준보다 대단히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뭐 봉급과 휴가 없이 5년간 근무라던가..) 굳이 코멘트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군대 폐지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사실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고 무가치한 주장은 교수들이나 언론인들이 나서서 비판할 만한 가치조차 없다. 나 같은 양민(?)들이 비판해야 딱 격에 맞을 그런 수준의 주장이다.

 만약 강의석이 법대가 아닌 사회과학대의 외교학과에 진학해서 국제정치학 개론서의 국제정치사상 파트의 개관 부분만 읽었더라도 그런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지는 못할 것이다.

 군대를 폐지해서 안 되는 이유는 다른 나라들이 군대를 폐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만 군대를 없앨 경우 그로 인한 위험과 피해가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주변에 전세계의 10대 군사강국에 속하는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이 접해 있고, 또 휴전선 북쪽의 북한도 정규군 병력만 100만명을 가볍게 상회하는 막대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군비만 축소하거나 군대를 없앤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왜냐고? 당연히 우리만 군비를 줄이면 내일이라도 당장 북한이 쳐들어올테니까.

 이러한 사실은 게임이론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특정 사안에 대해서 상대와 나는 협력과 배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크게 네 가지의 선택이 가능하다.

 나와 상대가 모두 협력
 나는 협력, 상대는 배신
 나는 배신, 상대는 협력
 나와 상대 모두 배신

 이익의 크기를 숫자로 표시한다면
 1점: 나는 협력, 상대는 배신
 2점: 나와 상대 모두 배신
 3점: 나와 상대가 모두 협력
 4점: 나는 배신, 상대는 협력
 상대도 나와 같은 결과를 얻는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설명해봤자 괜히 난삽해질테니, 이를 잘 설명한 비유가 “죄수의 딜레마”(클릭)이므로 참고하기 바란다.

 이를 국제정치의 상황에 적용해보면 강의석이 내놓는 주장이 위험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게임이론은 흔히 군비축소를 설명하는데 많이 사용되는데, 여기서 협력은 군비 축소이고 배신은 군비 증강이다. 상호 협력하여 군비를 축소하면 군사비를 절약할 수 있어 모두에게 이익이다(쌍방 협력사례와 동일). 그러나 상대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국만 군비를 축소할 경우 군비 열세로 인해 안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나는 협력하고 상대는 배신하는 경우). 따라서 모든 국가는 배신으로 인한 위험을 피하고, 운이 좋다면 배신에 성공하여 얻을 이익(나만 배신하고 상대는 협력하는 경우)을 고려하여 군비 증강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나서게 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둘 다 배신).

 즉, 간단히 말해 강의석의 주장대로 군대를 폐지하는 것은 게임이론의 상황으로 보자면 1점의 이익을 얻는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우리가 군비를 축소한다고 해서 주위 강국, 특히 북한이 군비를 축소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책임의 윤리”에 비추어 보면 대단히 비윤리적인 처사이다. 언뜻 군대를 폐지하는 것은 도덕적인 주장처럼 들리지만 군대의 폐지로 인한 피해가 전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비윤리적인 것이다. 이러한 집단 윤리와 개인 윤리의 차이는 이미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아주 명쾌하게 설명한 바 있는데, 까마득한 후학인 강의석 씨가 이러한 기초적인 주장도 모르고 함부로 군대폐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혹자들은 “모든 인류가 다같이 노력하면 된다.” 와 같은 극히 비현실주장을 하는데, 이는 가용한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듣기좋은 주장을 남발하기 좋아하는 도덕병™ 환자들의 말기 증상으로 보아 넘길 필요가 있다. (상식적으로 누가 무슨 힘으로 세계 모든 국가의 권력을 포기하게 하고, 인류의 뿌리깊은 속성인 권력추구를 바꾼단 말인가? 국제정치의 무정부성으로 인해 집단안보나 군비축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고등학교 정치교과서에도 나오는 단순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강의석 군이 존경받는 학생 권익 운동가에서 이런 싸구려 인권 운동가로 전락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더불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강의석의 서울대 법대 입학을 위해 투자된 유무형의 자본이 정말 아까울 따름이다.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 그가 학업을 계속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 입학자 한 명을 위해 재수학원을 전전할 낙방한 학생들의 고통까지 합쳐 엄청난 자원을 필요로 한다. 과연 저런 무모한 운동가 한 명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많은 자원을 써야만 할까? 강의석 씨가 자신이 지금까지 소모한 사회적 자원에 대한 책임감에서라도 이제부터는 제발 상식적인 행동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강의석 씨가 정말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면 이렇게 선정적이고 천박한 시도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연예인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그만두고 오늘이라도 서울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게 낫다.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실력부터 기르라는 말이다. 30대 중반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서 그때부터 보이지 않게 다른 사람들을 돕는 방법들도 얼마든지 있다. 평생 별다른 힘도 없는 시민단체나 마이너 언론 사이를 배회하다 자신의 인생을 소비하고 싶은 것일까? 그런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어려운 사람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참 안타깝기 짝이 없다. 나같으면 나를 위해 떨어진 다른 학생들이 미안해서라도 저런 식으로 살진 않을 텐데..


"여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 강의석씨의 마음속을 잘 보여주는 짤방- "엣다 전국을 낚았구나.. 잇힝!"
 (사실 이걸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따라서 무관심이 쵝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reske | 2008/10/04 20:00 | 무거운 이야기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reske.egloos.com/tb/91090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10/04 22: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reske at 2008/10/04 22:57
강의석씨가 때를 잘 만났군요-_-; 하지만 그쪽 분들의 특징대로 교수님을 상대로 정신승리를 주장할지도 ㅠㅠ
Commented by 어부 at 2008/10/04 23:36
ㄳ ㄳ 밖에 말이 안 나오더군요.
Commented by reske at 2008/10/05 09:35
퍼레이드하던 군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K2를 계속 만지작거렸다는데 한표.
Commented by 허허.. at 2009/07/17 14:54
지금 그의 주장을 그렇게 평가 절하하고 비판할 수 있는 근본적인 근거는 무엇입니까. 최종적으로 인간의 권력추구의 속성과 탐욕에 기반한 게 아닌가요. 강의석 군의 주장에 동감하지는 않습니다. 말그대로 대책없는 순수한 논리를 펴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그를 비난하는 당신은 더 호감이 가지 않는군요. '주류 국제정치학'이니 뭐니 멋진 말로 치장하셨지만 그 근본엔 뭐가 있나요. '그게 현실이고 인간의 사실이니까'라고 답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려면 적어도 관점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로 받아들이고 논리는 논리로만 반박하십시오. 그의 관점을 함부로 '가치 없다'라 평하는 것은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평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Commented by reske at 2009/07/17 18:58
저 싫어하는 사람 많은거 알고 있습니다. 뭐 님이 제 말이 마음에 안들어서 싫어하신다는데 굳이 말리고픈 마음은 없고요..

그리고 님이 저를 논박하고 싶으시면, 제가 지적한 강의석군 주장의 문제점 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를 들고 오셔야 이야기가 되지요. 그냥 무턱대고 논리는 논리로 비판하라, 라던가 reske는 가치없는 인간이다.. 이런식으로 말하시면 저야말로 오히려 할말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바보라서 좋아요 at 2009/08/28 06:50
저도 지금 당장 군대를 폐지하자라는게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에는 동감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되는것 아닌가요?? 그냥 바보짓을요.

도덕병 말기증상이라고 까이고 까여도 누군가는 그래도 현실적으로 당장 전혀 구체적인 방안이 없더라도 군대 좀 없애보자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되는것 아닌가.

그것까지 아무런 가치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론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이상에 들뜬 바보도 좀 있어야죠..

ps.. 본질과 상관없는 이야기인데요. 이부분 지적하고 싶어요..

강우석를 합격시키기 위해서 어떤 다른 사람이 대학에서 떨어진것도 아니고 또 그것때문에 부채의식을 느끼고 자기가 원하는 삶대신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것도 아닙니다.

어떤 정형화된 좋은 삶이란 이런 것이다. 이걸 딱 정해놓고 넌 서울대 같은 좋은대학 들어갔으니까 주변사람들의 지원을 받았으니까 이렇게 살아야해라고 한다면 이건 폭력아닌가요.

종교교육을 원하는 학교하고 다를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믿는게 맞으니까 너는 예배시간에 빠지면 안되. 그게 너를 키운 부모님 실망안시키는 것이고 사회를 실망안시키는거야..

이런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ed by reske at 2009/08/28 12:28
결론부터 말하면 군대폐지는 누군가도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위에 제가 열심히 써놓았으니 글을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전 정형화된 삶을 강요한적 없습니다. 다만, 서울대씩이나 간 자가 저런 닭짓이나 한다는게 안타까워서 한마디 한건데요. 뉘앙스를 다시 살펴보시길.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