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에서의 하루 상편

 (주의: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픽션임. 제발 이거 읽고 "나의 사회주의쨩은 이게 아니라능." -이런식의 번지수 잘못짚은 덧글 달지 마시길 바란다.)

 *다음은 2008년 촛불혁명으로 이명박 정권이 퇴진하고 직접민주주의 헌법이 제정된 상황을 가정하여 쓴 이야기입니다.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깨니 새벽 네시였다. 아차 싶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계절성 알레르기로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인데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세수도 제대로 못하고 슬리퍼만 꿴 채로 동네앞 ㅎ 초등학교로 달려나갔다. 아직 해도 뜨지 않았지만 벌써 운동장은 초만원이었다. 나를 포함한 동네사람 모두가 쿠바 의료지원단의 무료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우리나라는 전액 무상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초 국민건강보험 재정고갈로 인한 임금 체불에 항의하며 의사들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이래로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이렇게 무료진료를 기다려야만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는 몇 안되는 군의관, 공중보건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노무현 인형 1억 5천만개와 교환한 쿠바 의료지원단이 담당하고 있다.

 네시간을 기다려 여덟시가 넘어서야 3초짜리 진료를 받고 후릭소나제 하나를 받아왔다. 다시 졸린 눈을 비비며 집으로 올라갔다. 
 
 "엄마 아침은?"
 "없는데?"
 "장 안봤어?"
 "돈없어. 어제부로 생활비 바닥났으니까 알아서 해결해."
 
 뭐 익숙한 풍경이다. 아버지는 한국통신(Olleh KT에서 다시 국영화됨ㅜㅜ)에서 부장으로 근무하시지만 월급의 90%는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생활비는 매달 20일을 전후로 바닥나곤 한다. 아침을 쫄쫄 굶은채로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갔다.

 아참 소개가 늦었다. 나는 서울 35대학 레이싱모델학과 09학번 reske다. 웬 남자가 레이싱모델학과냐고 물을지 모르는데, 그것은 다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교육시스템 덕분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고등학생들은 추첨을 거쳐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으로 배정된다. 학과 또한 성적순으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추첨에 따라 배정된다. 물론 학과 지원은 개인의 자유지만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추첨결과에 따라서는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과로 배정되는 경우도 많은데, 내가 그런 케이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우리의 우수한 교육제도는 사교육비 0원이라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우수성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져서 얼마전에도 베네수엘라 국영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으러 우리학교로 취재를 왔다. 

 오전에 '출사나온 디카동아리 회원과의 커뮤니케이션 훈련' 수업을 마친 뒤 대강당으로 올라갔다. 이번달에는 오전 열시에서 열두시까지 국민평의회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국민평의회는 우리나라 직접민주주의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장이다. 2008년 촛불대혁명으로 이명박 정권을 타도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입법부를 폐지하고 대신에 국민평의회를 열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국민은 매일 두시간씩 국회의원을 대신하여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으로 국민평의회에 참석하여 국사를 논해야 한다. 오늘의 35대학 국민회의의 안건은 세가지였다.

 1. 지하철 내 코카인 흡연 합법화
 2. 대학생 유흥비 보조금
 3. 일본 미소녀물 수입업자에 대한 지원금 책정

 대단히 중요한 주제들이라 쉽게 결정이 나질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회의가 끝나자 학생식당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10원짜리 민주도시락을 사먹기로 했다. 민주도시락은 35대학 학생 생활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도시락이다. 내가 어제 수확한 방울토마토가 오늘 점심으로 나온다니 두근거렸다. 식단은 밥, 계란국, 김치, 방울토마토, 사과였다. 계란국에서 딱딱한게 씹히길래 봤더니 병아리 뼈였다. 사과는 벌레가 반쯤 파먹었고 퍼석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맛없는 식사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우리들의 손으로 키운 음식이라 아무리 허접해도 맛있게 먹을 수가 있었다.

 (계속...)

by reske | 2009/10/08 12:21 | 가벼운 이야기 | 트랙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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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상낙원에서의 하루 하편
지상낙원에서의 하루 상편 점심을 먹고 나서는 과방으로 갔다. 사물함 옆에는 노무현 인형과 인형 눈깔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대학생들이 갑자기 무슨 인형눈깔 붙이기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이것도 다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2010년 촛불혁명으로 이명박 정권이 퇴진한 이후 집권 민주노동당은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내용인 즉슨 1.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및 주한미군 철수 2. 북한 핵보유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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