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웃음 감사합니다

 오늘자 한겨레 인터넷판에서 정말 큰웃음 주는 기사를 하나 만났다. 

 
여고생 폭주족들의 불만 폭주

 바로 여자 고등학생 출신의 폭주족들을 인터뷰한 것인데.. 물론 이런 기사의 취지 자체는 좋다. 타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기회가 되니까. 하지만 이 기사는 어설픈 자유주의와 내재적 접근(?)의 덫에 걸린 나머지 개념을 상실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기사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폭주족들의 일탈행동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내용 중 폭주족들의 상당수는 가정폭력에 상처받은 아이들이며, 처벌보다는 용서와 타이름이 더 큰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 골자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유의 접근은 인터뷰 상대가 범죄자(전과자+비전과자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악행을 저지름)라는 점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범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변명을 하게 된다.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는 환경적, 상황적 요인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었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인터뷰에서도 폭주족들은 폭주는 가정불화에 따른 심리적 상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라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에 급급하다. 살인마 유영철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대신 "몸가짐을 바르게 하지 못한 여성들"을 꾸짖은 황당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범죄자들의 변명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에 들어온 사람 중에 범죄자는 하나도 없어." 라는 냉소적인 대사가 말해주듯,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스스로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설령 변명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정당화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 이유야 어쨌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은, 사회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정하는 불문율이다. 

 따라서 범죄자들을 인터뷰할 때에는 인터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나 피해자들의 입장을 함께 들어, 그들이 허위를 가려내는 장치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안그러면 언론은 범죄자들의 무료 변호사로 전락하게 된다. 만약 한겨레 기자들에게 개념이 탑재되었더라면, 경찰측 관계자의 의견도 싣거나, 청소년 혹은 교통전문가들의 글을 실어 폭주족들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려 혹시모를 동정론을 차단하고, 중립적 관점에서 폭주족의 행태를 평가하여 균형을 맞추었어야 했다. 

 리버럴리즘으로 부당한 낙인찍기를 막고 허위로 가득찬 권위를 타파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그게 지나쳐 악당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준에까지 이르른다면 거기에는 결코 박수를 쳐줄 수 없다.

 폭주족들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리고 폭주족 소리를 싫어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다 가슴속에 상처 하나씩은 안고 산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런 막장짓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말해 폭주족들의 저 인터뷰는 비겁함의 극치다. 그리고 한겨레가 폭주족을 정당화하려 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균형은 맞추었어야 했다. 

by reske | 2009/08/07 12:50 | 가벼운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reske.egloos.com/tb/148963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status quo at 2009/08/07 18:50

제목 : 폭주족의 위험함
큰웃음 감사합니다 에서 셀프 트랙백 한겨레 사이트나 이글루를 돌아보니 어차피 폭주족들은 커서 잉여인간으로 고생하며 살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의 의견들이 보인다. 물론 그렇게 살아 주신다면야 내 마음도 편하겠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듯. 일단 저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청소년 폭주족들은 상당히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기사에서 확인 가능한 것만 해도 대충 1. 무면허 운전 ......more

Commented by BigTrain at 2009/08/07 15:11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한겨레가 제대로 정신줄을 놨군요.

잠금장치 허접해서 털어간다는 부분이랑, 위에선 부모보고 자식을 타일러야 한다고 하고 나서 이어지는 "굳이 타겠다면 나는 니가 잡혀가도 경찰서 안 간다, 다쳐도 입원비 니가 벌어서 내라, 그렇게 말할 거예요. 저도 병원비 제가 냈어요.”에서 실소가...

2006년 뉴스위크에 실린 "아직도 사형을 반대하오"라는 기사가 생각납니다. 부분 구독만 가능하긴 한데... 저런 대책없이 나이브한 기사만 보면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 http://magazine.joins.com/newsweek/article_view.asp?aid=246500 )
Commented by reske at 2009/08/07 18:38
저도 원래는 사형제 반대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믿음이 흔들리는중..

저런 폭주족들과 현실세계에서 부대끼면서 살아보면 절대 저런 기사 못씁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