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27일
나는 신이다
역지사지: 전술적으로는 유용에서 트랙백
국제문제가 아니더라도 주화입마는 아무래도 교육받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대입논술 기출문제에서 자주 보는 논제가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서술하라."
였다. 한마디로 말해 학생들에게 불편부당한 제3자의 관점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사례가 많다는 거다.
물론 경제학에서의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다." 여타 사회과학에서의 "다른 모든 변수가 같다면"과 같이 현실과는 다르지만 교육적 혹은 학문적 분석을 위해 불편부당한 관점에 서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아마 논술문제의 출제도 불편부당한 관점을 먼저 생각해본 뒤에, 자신의 입장을 가미시키는 쪽으로 배움이 자라나는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리라 본다.
그렇지만 배우는 사람들이 불편부당한 관점이란 배우기 위한 도구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데, 배움을 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불편부당한 관점을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자신이 신인 것처럼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특히 리버럴한 지식인들 사이에 대단히 만연하다.
이런 문제가 가장 잘 일어나는 사례가 오늘 sonnet님이 말씀하신 국제문제인듯 하다. 국제문제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1순위로 고려되어야 하는, 나쁘게 말하면 이기주의가 문제해결의 가장 앞자리에 오는 원칙인데, 국제문제에서도 불편부당한 관점에서 생각하면서
"우리나라가 이러이러한 식으로 생각하면 그건 상대방에게 불공평한 일이야."
혹은
"우리나라의 이러이러한 행동은 정의구현과 세계평화에 안좋아"
이런식의 황당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또 영향력 있는 지위의 지식인들조차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뭐 우리가 미국과 합동훈련을 하면 북한이 위협을 느끼므로 자제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북한문제에서조차 이런식으로 생각함으로서 엽기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르고 만다. 안타깝기 짝이 없다.
# by | 2009/07/27 11:15 | 무거운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원고 작업 중에 본 꽤 재미있는 글에 대한 단상...
나는 신이다해당 글은, 비록 분량이 길진 않지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서술하라 이런 식의 문제가 제3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는 시각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거지요. 그런 측면이 분명 있어 보입니다.그런데, 천성이 이공계 쪽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저는 저 논술문제에서 약간 다른 측면에 주목합니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서술하라 라는 문제는 흔하지만, ~한 문제를 해......more
제가 이쪽(?) 논쟁을 많이 들어봐서 알지만 세상에는 자신에게 뭔가 세상보다 높고 고결한 가치를 부여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좀 삼천포로 빠져 보자면 결국 창조론도 이런 주화입마 때문에 벗어나기 힘든 게 아닐까요.
그런데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사고하는 것 자체를 강조하는 법까지도 그나마 최근에야 부상하기 시작한 화두라는 느낌이 들어요.
ps. 요즘 이글루스를 거의 안보니까 reske님 글들은 거의 못봤네요 시간 나면 역주행하겠습니다 오랜만이에요 흑흑 ㅠㅠ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인들은 학교에 다니거나 공부를 하면서
"불편부당한 관점"
에 서도록 훈련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불편부당한 관점과 이기적인 관점을 스테레오로 갖추고 때에 따라서 맞춰서 생각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입시제도가 잘못" 이라는 불편부당한 관점,
"열심히 해서 빨리 대학가야지" 라는 이기적 관점
을 모두 갖춘 사람이 성공하는 것 같습니다. (뭐 후자만 있어도 별문제 없지만 전자만 있다면 골룸_)
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불편부당한 관점"이 사람들에게 내면화되는것은 근대화와 경제발전이 어느정도 이뤄진 다음이라고 봐요. 역시 가난하고 위험하던 시절에는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여유가 없었을 테니까요.. 사람들이 교육도 더 많이 받고, 또 "불편부당한 관점"을 말할 여유도 얻고 하면서 그런것들이 널리 퍼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 저도 빨리 바빠져서 이글루스좀 끊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역주행은 뭐 글도 몇개 안썼으니...;
덧글에서 말씀하신 것은 계급 전체의 이익과 계급에 속한 개인의 이익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만약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것이면, 저도 소넷님의 문제의식에 동감합니다. 소위 계급론이라는 것은 계급 내부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는 무시하고 있으니까요. 아니 뭐 계급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나치게 rough한 개념이어서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개인적으로는 민중들은 계급에 따라 움직이지만, 자신은 계급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대의에 봉사한다고 믿는 부르주아 출신 좌파 지식인들의 선민의식도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