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혁명

 종종 이런 불평을 들을 때가 있다.

 공산주의와 같은 대규모 혁명이 실패한 까닭은 그 이념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혁명을 수행했던 자들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스탈린이나 김일성과 같이 권력욕에 눈먼 인간백정들이 아닌, 진정으로 순수한 혁명가가 혁명을 수행했더라면 진짜로 유토피아를 건설했을거란 말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식의 분석은 틀렸으며 아무 의미도 없다.

 일단 소위 혁명정부라는 조직 안에서는 인간백정들이 높은 자리에 오를 수밖에 없다. 앙시앵 레짐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뒤없는 혁명정부에서 사상적 조예는 깊지만,무자비한 행동을 저지를 담력이 없는 사람이 무슨수로 조직을 지휘하나. 설령 사상적 조예가 깊은 사람일지라도, 그가 기존의 체제를 뒤엎는 급진적 혁명을 폭력 없이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순진한 발상이다.

 또한 이러한 불평은 혁명가들이 내세우는 이념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지도자의 자질 운운하는 사람의 뇌리에는 분명 "이념은 옳았는데..." 하는 일말의 아쉬움이 들어있는 것이다. 만약 정말로 이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지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제2, 제3의 실패작 혁명을 양산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아직도 공산주의자들중에서는 "진정한 혁명가"가 등장하면 자신들의 꿈이 이뤄질거라는 망상을 품는 사람들이 적잖다는 점에서 이는 아주 위험한 태도다.)

 그렇지만 그러한 분석은 작년의 금융위기가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결론이다. 생각해보면, 종류를 막론하고 정치조직에서 윗자리에 오를 만한 사람들은 거의가 권력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가진 권력욕때문에 혁명이 실패했다는 분석은, 사람이 죽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서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의미없는 이야기이다. 

 그보다는 지도자 개인의 특성, 이념 자체의 문제점을 함께 시야에 넣고 혁명이라는 사건을 살피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산혁명의 실패를 논하면서 토착화를 실패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그 어떤 이념도 그 사회의 특성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아니 그것은 어느정도로 필요하다. 마오쩌둥의 "조사없이 발언없다."가 단순히 책상물림 혁명가들에 대한 반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도 사실 우리가 보는 그것은 애덤 스미스나 케인즈와 같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자본주의와 꼭 같지는 않다. 각국의 사정에 맞게 어느정도는 변형된 모습인 것이다. 따라서 그 이념의 성패를 따지려면 문화적 왜곡은 변하지 않는 상수로 가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순수한 이념"에 의해 혁명이 추동되면 그 혁명은 성공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허깨비를 좇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전체주의를 무뢰배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거다. 나치즘도, 일본 군국주의도, 스탈린주의도, 마오쩌둥주의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이념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전체주의의 논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앙을 가져왔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중요한 대목을 놓친 채 "히틀러 샒." "쪽바리는 역시 별수없어." 라는 식의 비난으로 그치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by reske | 2009/07/26 12:05 | 무거운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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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Ha 1 at 2009/07/26 12:46

제목 : 창조론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혁명 창조론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사생활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따름입니다. 창조론이 없었다면 진화론은 서구 과학자들의 이기주의에 의해 과학만능주의로 끝간 데 없이 치달았을 것이며 창조론이 있었기에 현재 서구 선진국들은 균형잡힌 생물학을 이룰 수 있었으며 또한 외계 저편을 수호하고 있는 진정한 창조론이 복귀하는 순간 기존의 생물학 이론은 완전히 평정......more

Commented by 백범 at 2009/07/27 21:14
이상주의자들, 낭만주의자들을 경계해야 됩니다. 그런 자들은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땐 빨갱이에게 동조해버리는 자들입지요.

빨갱이들보다도 더 나쁜놈들이 바로 이상주의자들과 낭만주의자들이라능...
Commented by reske at 2009/07/27 21:25
지나친 이상주의와 낭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정치성향이 무조건 좌편향으로 흐른다는건 이해하기 어렵네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이상주의에 가까운데 이들이 공산주의를 지지하거나 하진 않거든요.

그리고 생각이 다르다고 모조리 나쁜놈으로 낙인찍는게 옳은 일인가.. 이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Commented by 백범 at 2009/07/27 21:26
다르다, 달라서 싫다기 보다는, 위험한 자들과 내통할 가능성이 높다로 해석해보심이 어떨는지??

인간은 원래 자기가 믿고싶은 대로만 보고 믿는 구석이 있는 묘한 요물들이라서...
Commented by reske at 2009/07/27 21:28
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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