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은 성적순이잖아요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출석만 잘하고, 심각한 문제만 저지르지 않으면 누구나 행복한 시절을 보낼 수 있다. 물론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이 특수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때부터 이미 경쟁의 시련을 겪겠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나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그닥 실력에 의해 사람이 평가받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그리 잘하지 않아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만 있으면 나름 신나는 학창시절을 보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사회는 다르다. 사회는 모든게 실력위주다.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실력이 없는 사람은 사람취급도 못받는다. 대학을 진학하건, 취직을 하건, 노래를 부르건, 요리를 하건 간에,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원래는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일을 하고, 남 뒤치다꺼리나 하며 살아야 하는게 현실이다. 가령 어떤 학생이 콘돌리자 라이스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처럼 되고 싶어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어한다 치자(물론 그런 학생이 있을 리가 없지만). 그렇지만 졸업하고도 학사학위 인정을 받을만한 명문대는 그리 많지도 않을뿐더러, 정치학과가 속한 각 대학의 사회대 커트라인은 높다. 결국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아무리 매일밤 콘小姐 꿈을 꾼다고 해도(물론 그런 무서운! 꿈을 꿀리는 절대로 또 없겠지만 말이다) 절대로 사회과학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이런 현실을 모른다. 그냥 영원히 고등학교 시절이 계속될거라는 환상에 빠진다. 물론 의식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마이크 대고 물어보면 세상이 무섭다는걸 의식적으로는 알걸), 무의식적으로, 혹은 행동에 그런것들이 나타난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나태하게 놀 수 있겠는가 말이다.

 대학 입시에서 이들은 처음으로 냉혹한 사회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또다시 이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손쉽게 심판의 날(?)을 10년후로 늦추는 길을 택한다. 자신이 고3시절에 받았던 성적에 맞춰서 아무 대학이나 진학하거나, 적당히 놀면서 재수를 하는 거다. 그러면 남자는 학부 4년, 군대 2년~3년정도를 유예할 수 있고, 여자도 최소 학부 4년은 유예할 수 있다. 중간에 휴학을 하거나 대학원으로 진학하면 2~3년정도 더 유예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유예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실력에 의해 모든게 평가받는 냉혹한 현실로 내던져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마도 취업전선에서 그걸 뼈저리게 깨닫게 되겠지.

 물론 말이다. 예외라는게 분명히 있어서, 인문계 다니면서도, 혹은 실업계 다니면서도, 놀거 다 놀면서도 좋은대학 가고 자기가 하고싶은 사람들 분명히 적지 않다. 그러나 내가하는 말은 보통의 학생들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그냥 어른들이 말하는대로 열심히 학교만 다니면 모든게 잘 될거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정말이지 사회가 그렇게까지 냉혹한 것인지, 혹은 내가 그렇게까지 나태하고 무능했는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고등학교라는 온실을 벗어나보니 세상은 너무나도 혹독하다. 그래서 말이다, 조금은 원망한다. 왜 내 주위의 어른들은 세상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좀 더 빨리 알려주지 않았을까.. 라고 말이다.

by reske | 2009/04/16 12:28 | 학교와 공부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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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gaemon's me2.. at 2009/04/16 15:26

제목 : 개멍의 생각
아니. 행복은 “성적순” 이 아니라 “실력순” 이다. 이거 미묘하게 다르다. status quo...more

Commented by 漁夫 at 2009/04/16 13:11
직접 '당해 봐야' 깨닫는 수가 많은데, 이건 직면해 보기 전에는 실감이 안 오거든요... 저도 그런 일을 당해 본 적도 몇 번 있고.

'말 안 듣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라 생각하는지라 어쩔 수 없습니다. 당하기 전에 준비하는 사람들은 쉽게 넘어가지만 그게 그렇게만 될 거라 생각할 수도 없죠.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6 19:11
헐.. "그런일"을 한번도 아니고 몇번씩이나.. 왠지 연륜이 느껴지는 리플..;

그렇죠. 당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저도 경쟁이 치열하다는건 알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또 색다른 맛(?)이 있더군요.

아마도 특목고를 선호하는 이유가 고교시절부터 미리미리 경쟁에 노출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예수 그리스도의 "보지않고도 믿지않는자는 행복하니라.."는 진리인듯(...응?)
Commented by Ha-1 at 2009/04/16 14:31
우리나라의 경우 수험생들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로 보아주는 사회전반적인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다른나라에 비해서)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6 19:12
ㄲㄲㄲ 근데 고3때 제일 많이 놀았다는거..;;; 재수종합반 다닐때에는 매주 주말마다, 축구 A매치 있는날마다 회식(?)도 있었습니다! 이부분은 따로 날잡아서 포스팅 하나 해도 괜찮을듯!
Commented by muse at 2009/04/16 17:49
저는 한국 안 살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여긴 대학에 다님으로써 도피가 불가능합니다. 킁... orz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6 19:14
헐 엄친딸이셨군요. 그럼 초중고 전부 외국에서 다니셨던 건가요? 음.. 부럽습니다. 저도 대학원은 외국으로 가고싶은데, 역시나 학비+입학의 어려움 등등 문제가..;;

근데 그곳은 대학이 무척 빡센-_-가봐요. 대학가는게 도피가 아니라면..;;
Commented by 漁夫 at 2009/04/16 19:54
reske님 / 요즘엔 한국에서도 취업 땜에 학점 관리 하느라 대학생들도 밤중까지 공부한다고 하더라고요....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6 23:31
어부님/ 크 고생에는 끝이 없군요. 그치만 대학생들은 긴장을 이완할만한 이벤트(축제라던가,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간다던가 등등)들이 있으니 수험생들보다는 낫겠지요;;
Commented by ICEAGE at 2009/04/16 21:40
'실력순'이건 '성적순'이건... 참 모순적인 것이 있죠.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요?
reske님도 주위를 둘러보시면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를 보실 수 있나요?
물론, 객관화 된 부분이 있고, 그것이 기준이라고도 불릴 수 있겠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지요.

단지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가고 싶으면 거기에 대해서 노력하는 것이죠.
성공과 실패를 떠나 도전하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 같아요.
빈말로 시험 못 보면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6 23:49
마음 자세도 중요하고, 과정도 중요하고, 네 그건 분명히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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