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을 나누는 기준

 지난주 중반쯤에 좌파라면 적어도 1.공산혁명 2.북유럽수준의 높은 세율 지지 정도는 지지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으므로 이글루스는 좌글루스가 아니라는 글을 봤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별로 동의하기가 힘들다. 좌파를 나누는 기준이 그렇게 간단한가? 내 사견이기는 하지만 좌파로 identification하기 위한 기준은 상당히 다양하다. 부정확할수도 있으나 내가 혼자 생각해본 기준을 몇 개 적어본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유의해야 할 점은, 내가 말하는 기준들은 어디까지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말하는 것이지, 내가 언급한 기준을 충족한 사람들은 모두 좌파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적 분석이니 만큼 분명히 예외가 존재한다.

 1. 이상주의자
 이상주의자가 모두 좌파인 것은 아니지만, 좌파는 모두 이상주의자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국은 역시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다. 전통적으로 좌파는 개혁적 성향이 강했다. 역사적으로 좌파들은 주로 도덕적 명제에 기반한 이상적 사회상을 설정하고, 그러한 사회로의 변혁을 위한 개혁조치를 주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구체적으로 말해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야기되는 인간성의 상실을 회복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구제해주며, 힘의 논리에 따르는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변화시키자는 것이 주된 그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고,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좌파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 이상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우파 중에도 이상주의자는 분명 있다. 급진적 자유주의를 부르짖은 경우가 그 예인데.. 가령 복거일 같은 사람들이 있겠다. 그러나 우파중에서는 이상주의자가 아닌 보수주의자들도 상당히 많다. 어쨌거나 우파들이 신봉하는 가치들이 현 사회의 기존 질서에 부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에 현 사회에 지배적으로 통용되는 우파적 가치를 신봉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2. 경제: 평등 중시
 좌파들의 경제관을 단적으로 요약하면 자율보다는 정부의 규제를, 성장보다는 분배를 추구한다. 물론 이러한 성향의 현실적 표현형은 매우 다양하다. 공산 혁명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고(하이에크는 이러한 시도를 "진지하다"고 평가한다 ㅎㅎ), 세율의 상승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기존 체제를 해체하고 무정부적 질서로 돌아가자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있다. 그러나 어쨌건 이들의 머릿속에는 기본적으로 맨 처음 말한 그런 규칙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규칙을 신봉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도덕적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자본주의적 경제질서가 도덕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인 평준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3. 정치: 현실과 멀면 멀수록..
 좌파들의 이상주의적 성향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정치이다. 대개 국내적으로는 참여민주주의를, 국제적으로는 이상주의적 성향을 보인다. 좌파 단체들이 주도했던 작년 광우병 파동을 생각해보면 좌파들이 가장 소리높여 외쳤던 구호는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였다. 한겨레같은 언론은 촛불시위가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는데..(정말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유는 자세히 몰라도 아무래도 좌파들은 참여민주주의를 긍정, 바꿔 말하면 기존의 대의제에 회의적인 태도인 것 같다. 아무래도 참여민주주의가 개인의 권리를 잘 보장하고 그것이 더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제적으로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강한데.. 물론 마르크시즘적 입장도 분명 있겠지만,어쨌거나 기존의 국제질서는 힘의 논리를 따르므로, 그것을 바꾸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그렇게까지 미국에 이를 가는 이유도 전통적으로 미국이 현실주의 정책에 따라 힘의 논리를 이용하고 그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상주의적 성향도 내생각에는 도덕적 이유 때문같다. 힘의 논리가 도덕적이지 않으므로 그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면에서 보면 묘하게 네오콘과도 통하는 면이.. 네오콘도 자신들의 자유주의적 가치를 전도하기 위해 급진적 조치를 옹호하니까 말이다.)

 4. 세상은 강자와 약자의 대립
 좌파들은 세상을 강자와 약자로 나누고, 자신들은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약자들을 돕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환경,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학생단체 등등에 좌파들이 많다. 내가 뭐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이번 모 떡밥사건도 오페라 합창단이 약자니까 도와야 한다는 그런 원칙의 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5. 문명관: 근대문명은 나쁘다
 상당수의 좌파들은 과학과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근대문명이 많은 사회문제의 원인이고, 이상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는 과학과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정도는 매우 다양해서, 과학을 잘 이용하고 기존 자본주의 질서를 조금씩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부터, 아예 다 때려엎자는 입장까지 차이가 난다. 여담이지만 일부 좌파들 중에는 생물학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생물학의 연구결과가 인간 차별을 옹호하는, 혹은 인간 차별을 공고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좌파들이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도, 생명공학에 대한 그들의 부정적 입장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말고)

 6. 교육: 경쟁보다 인성함양에 관심
 좌파들은 대개 교육에서의 경쟁을 부정적으로 본다. 그들은 입시경쟁이나 입시위주의 교육이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성적에 따라 다른 학교에 가는 제도가 부의 대물림을 통해 사회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고 본다. 따라서 학교는 학업성취도보다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입시경쟁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대입이나 고입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가장 극단적인 주장이 대학 평준화와 과외 전면금지인데(과외 전면금지는 전두환의 정책이기도 했다), 조금 스무스한 형태는 우리나라의 평준화 교육이나 盧정권의 고교등급제-내신위주 입시안, 최근 전교조의 진단평가 거부 등등이 있겠다. 물론 모두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것은 아니고..

 더 쓰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이만 줄인다. 왜이렇게 피곤하지... ㅠㅠ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좌파들을 비판하기 위해서나 그런 악의적 의도가 있는게 아니다. 오해 없었으면 한다.

by reske | 2009/04/11 21:38 | 무거운 이야기 | 트랙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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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살아가기 at 2009/04/12 21:11

제목 : 직접민주주의 헌법이론
직접민주주의 헌법이론 - 이 내용은 '혁명의 시대', '민주적 세계관 도해'의 관련 부분을 정리한 것임 - 새로운 헌법이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의 요청에 따른 헌법과 주권의 이해' 참조 정치공동체 정치[각주:1]는 공동체[각주:2] 구성원들의 '총체적 의사'의 형성과정이다. 정치과정을 통해 공동체와 공동체 구성원의 이익은 종국적으로 합치된다. 따라서 '정치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와는 달리 공동체 구성원들의 '총체적 이익을 대표' 한다. ......more

Tracked from 살아가기 at 2009/04/12 21:12

제목 : 직접민주주의 헌법이론 - 기본권에 관한 이론
직접민주주의 헌법이론 - 기본권에 관한 이론 직접민주주의 헌법이론 혁명의 시대 민주적 세계관 도해 인간의 권리주체성 인간은 인식과 의사, 행위의 독립성을 지닌 독립적 존재이다. 인간의 인식과 의사 행위의 근거와 목적은 각인에게 있다. 인간의 권리주체성은 천부의 인권이며, 훼손할 수 없는 가치이다. '생명권',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권리', '의사의 자유'는 '인간의 권리주체성'과 직접 관계되는 권리로서, 언제 어디서나 침해되어서는 안된다......more

Commented by muse at 2009/04/11 22:45
생물학이 인간 차별을 조장한다니...(카아아아악)(<-가래침 모으는 소리)

진짜 그런 좌파도 있단 말입니까 헐퀴 제 주변의 좌파들은 마일드한 분들이셨군요.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1 22:56
역시 과학자들 중에서도 진보성향인 사람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1. 다만, 우생학을 근거로 삼아 진화생물학을 비판하는 관점(인간의 선천성=차별 정당화)
2. 유전공학이 빈부격차를 고착화시킬거라는 논리

정도는 제기되는 모양이더라구요. 일단 진보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지식인들이 과학에 워낙 비판적이니..

헐 그런데 쓰고보니 허접한 저의 논리로 민감한 주제를 건드린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물론 밸리에 보내진 않아서 대략 안심이지만.
Commented by muse at 2009/04/12 00:05
먼저 밝히자면 저는 겉핥기식 과학적 논리를 근거로 올칼라 정치 프로파간다를 펼치는 분들에게 경멸밖에 드릴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_- 빨간색이던 파란색이던 너무 진하면 도망가는 보라색 중도주의자거든요★ (퍽)

1. 인간의 선천성이 차별을 정당화기 때문에 인간의 선천성을 까발리는 생물학을 공격한다? 눈 가리고 아웅 소리지요. 과학은 발견하고 사고하고 의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요즘 정신 제대로 박힌 메인스트림의 과학자 앞에서 '진화생물학=우생학'이라고 하면 그 과학자 얼굴 한번 보고 싶어요. 유전적인 다름이 있기 때문에 생물이 진화하는 것이고, 설령 인간이 다르다고 해서 뭐 어쩌잔 말입니까 인간이 유전적으로 다르다고 해서 가타카 만들거다! 라거나 '내가 더 우월해!'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이 위험한 거지요 그건 사회학적 문제입니다. 모두 다 평등해야 한다면 그게 또 인간에 대한 폭력입니다. 우생학을 근거로 삼는다면 우파 좌파 모두 생물학을 무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유전조작을 통한 '평등한 인류 구축'을 생각해 볼 수 있겠군요). 아 하긴 사회주의 쪽 분들은 '인민의 평등함'에 목숨 걸지요-_- (뭐 그분들의 이상이니 욕할 마음은 없습니다만...역시 '좌파->이상주의'로 진단하시다니 reske님은 예리하십니다 >ㅅ<)

2. 그리고 황XX 연구나 기타 도덕적으로 모호한 부류의 과학적 연구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정치적 성향은 비좌파인 분들도 계십니다 (예: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 좌파들 중에 근대문명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은 건 알겠는데 이건 그렇게 뭉뚱그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3. 유전공학이 빈부격차를 고착화시킬거라는 논리는 뭐랄까요. 근대화되면서 지금도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살짜쿵 예를 들어서, 보험 시스템이 아예 없다면 현재 상류층 이하의 사람들은 현대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냐는 거죠. 유전공학은 미래에 아마도 '빈부격차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factor 중 큰 것 하나'가 될 수도 있겠지만...그때 가서 그 혜택을 나누어 주는 제도 시스템이 정립될 수 있는가가 문제죠.

그런데 다 때려엎자고 주장하는 분들...그러면 다수의 희생이 너무 커져요. '나는 대인배니까 나의 이상을 위해 세상이 희생해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거면 야가미 라이토랑 맞장뜨러 가라죠. 이상주의도 적당히 있으면 좋지만 현실에 한쪽발은 걸쳐 놓아야지...제가 좀 현실주의적인 면이 있어요. 그래서 뭐 사람들이 '20대인데 왜 이상이 없어?'라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제 개인적으로는 '과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유익하다'라는 게 이상이라면 이상이랄까요 데헷★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2 09:08
헐 전 파란색이라서.. -_-; 도망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뭐 시청앞에서 성조기흔드는 그런 부류는 아닌데..;

1. 일단 어느정도 지식을 가지게 되면 생물학을 우생학으로 착각하는 그런 혼동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학부수준의 교육만 받고 사회에 나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그런 오류를 가질 가능성이 있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수험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저로서는 학원강사들이나 문제집 저자들이 만든 그런 논술관련 읽기자료를 읽는 경우가 많은데요, 계속 공부 안하시고 그냥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계열의 학부졸업후 바로 그바닥으로 뛰어드는 분들은 그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있더군요. 물론 메인스트림으로 올라가면 그런 일이 별로 없겠지만, 입시학원과 같은 저질한 바닥에서 노는-_- 저로서는 그런 일들을 상당히 겪고 그래서 그런데 좀 민감해지는 것 같습니다. 즉, 중급 지식인층에 대한 계몽도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제일 황당했던건 논술수업의 주제 중 '본성이냐 양육이냐'가 있었다는 것. 이건 과학자들 사이에서 답이 난걸로 아는데..)

2. 음 그러고보니 종교계 분들도 생명공학에 반대하시는군요. 여담이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이 유일하게 뜻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진화론에 대한 전쟁뿐이라는 ㅋㅋㅋ 이슬람교에서 창조론 과학교과서 만들어서 뿌린다는 신문기사를 읽은적이..;
네 저도 글에 그렇게 밝혔지만 진보계열이라고 해서 꼭 근대문명에 비판적인 것은 아니라고는 봅니다. 그래서 쓰면서도 너무 일반화시키는것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다만 자본주의와 과학문명이 인간소외와 환경파괴의 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시는 분들이 많고, 또 그런분들은 상당수가 진보계열에 속한 분들이라 그런식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3. 그러고보니 그렇겠군요. 유전공학이 빈부격차를 고착화시킬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의 분배시스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확실히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그걸 막을수도 없고, 제도를 잘 손봐야 되겠죠?

4. 컹.. 급진적인 환경운동론자들이나 이런분들 중에서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설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겠죠. 그냥 그게 정치적으로 옳은™이라서 주장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대안"이라는 단어 좋아하시는 분들이 간혹 그런 주장을 하시는데 (현 사회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소규모 공동체로 돌아가자), 설마 진심으로 믿지는 않겠죠?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분들께 불행한 일이고.

헐.. 저도 ideal은 없습니다. 꼭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지도 않고요. 그런점에서는 어느정도 동지인듯?
Commented by reske at 2009/04/12 09:10
만약 그런게 있다면 블로그제목이 status quo따위일리도 없겠죠.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4/24 22:53
과학문명이 인간소외와 환경파괴의 근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은 진보니 보수니를 떠나서 꽤나 많습니다. 주로 과학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이 '과학문명'이니 '현대과학' 하면 어딘가 삭막해보이는 모호한 개념만 떠오르는 분들이죠 -_-;
Commented by reske at 2009/04/24 23:54
뮤즈님도 지적하셨듯이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을 생각하면... 보수라고 꼭 과학에 우호적인것도 아니죠. 아무튼 과학모르는 인문학도들은 정말...-_-;;;; 답이 안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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