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릇이 되세요

불편한 진실

    블로깅이건 트위터건 (오프라인 친목의 보완재로서 인터넷을 쓰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한 번쯤 부딪히는 문제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라고 할 수 있다. 그도 당연할 것이 비록 성별이나 연령 면에서 편향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어떻게든 자기와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과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다른 사람들이 그냥 곱게 지나가줘도 뭐할 판국에 나에게 육두문자나 조롱조의 글을 날리면서 마구 공격을 가한다면 당장 뛰어가서 패줄 수도 없고(물론 실제로 그러는 사람도 소수 있어서-내가 와갤러다 개새끼야-가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다. 

    하지만 어엿한 성인이라면(뭐 그분의 신상을 나야 모르지만 만약 좆고딩 N수생이라면 그냥 블로그 영구탈갤하고 자이스토리나 풀어라 ㅉㅉ), 그러한 문제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원래 배설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같은 말이라도 현실 세계에 비해 훨씬 과격하고 무자비하게 날아가게 마련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배설하듯이 싸지른 비난글을 일일이 찾아가서 이기려고 들면 자신의 인생만 피곤해질 뿐이고, 스스로의 모습만 비참해질 뿐이다. 

    그분은 열심히 위장하려 하지만 솔직히 내 경험상(뭐 그리 많지는 않다만) 저런 식의 광역도발은 심리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허세라고 하겠다. 아마도 글쓴이는 합필갤과 정사갤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진보 좌파와 전라도에 대한 조롱과 비난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모양이다. 만약에 그러한 디씨 특유의 저질 문화를 경멸했다면 오히려 저런 식으로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니 경멸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렇게 정성을 들여서 광역도발을 하나? 그건 아닐 게다. 그보다는 어떻게든 싸가지 없는 '디씨 종자들', '일베 게이새끼들'을 한 번 이겨보려고 비아냥과 조롱을 담뿍 담아서 글을 하나 썼던 듯하다. 내가 그분의 문제의 글에서 느끼는 것은 가학적인 통쾌함보다는 한 번이라도 상대를 이겨보려는 힘겨운 발버둥에 더 가깝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정말 그분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 염병할 '디씨 종자들', '일베 게이새끼들'을 짓밟고 있었다면 오히려 그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루저'는 '위너'에 관심이 많지만 '위너'는 솔직히 '루저'에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설령 털끝만큼의 관심이 있다 '위너'라면 그냥 "못난 놈들이 인터넷에서 배설하는구나 ㅉㅉㅉ" 하면서 오프라인 친구들과의 술자리 안주감으로 씹어 넘겼으리라. 하지만 그는 '위너'가 아니었기에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분이 나이가 몇인지 몰라 권위적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그가 (평소 글을 쓰는 것처럼) 정말로 나라를 걱정하고 사회를 걱정하는 동량이 될 사람이라면 마음을 좀 더 크고 넓게 먹기를 권한다. 인터넷은 멀쩡한 사람 악플로 죽이는 무지막지한 배설공간이다. 그런 공간에 살면서 자신이 기분 나쁜거 꼬치꼬치 따져서 하나씩 이기겠다고 마음 먹으면 안 된다. 그냥 그러려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설치는구나, 하면서 여유있게 넘기는, 아니 여유있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 악플이 달리고, 역겨운 패러디물을 보면서 기분 나쁜 것이 다 나중에는 약이 되고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이 남을 가르칠 만한 식견도, 경험도 없는지라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만약 나 자신이 내가 지금 이 글에서 말한 내용과 정반대의 언행을 보인다면 깊이 반성하고 자숙할 것이다. 

    p.s. 그리고 이 사건으로 작년 진보 블로거들의 조롱 논란은 이중잣대요 정치적 선전이었음이 분명해졌다. ("암 그라제. 같은 조롱이라도 너그들이 하면 신고감이고, 우덜이 하면 풍자랑께?")

    p.s. 2 "아니 이글 너무 노골적으로 특정인을 지명하는거 아니야?" "걱정마 주어가 없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쫄지마 씨바. 선생님은 그럴 분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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